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229년 전에 주성된 성덕대왕신종(속칭 에밀레종)이 오늘날 세계적으로 찬사를 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에서이다.
그 하나는 장식문양과 각부 조각 의 아름다움이 빼어남에 있으며, 다른 하나는 장중하고 긴 여음을 토해내는 종소리가 우수하기 때문이다. 에밀레종보다 20여 년 앞서 주조된 일본 동대사 범종(A.D. 752)은 크기와 무게도 더욱 대형이다. 그러나 종소리는 에밀레종의 신비한 소리에 비견될 수 없다. 중국 북경 대종사 고종박물관의 永樂大鐘(15세기)은 총고 675cm, 무게 46.5톤(ton)으로 크기가 에밀레종보다 2배 이상이며 세계 세 번째 위용을 자랑한다. 그러나 문양이 전혀 없고 몸체에는 經文만이 가득히 陽鑄되었으며, 소리 또한 잡음이 심하다. 이렇게 성덕대왕 신종은 여타 종과 비할 바 없는 신비의 소리로 천지를 진통시켜온 것이다.
음향 진동분야의 권위자인 강원대학교 김석천 교수가 평가하는 에밀레종의 종소리는 지금까지 주성된 것 중 가장 완벽에 가까운 소리이기는 하지만 음향학적인 견지에서는 85점 수준이라는 견해를 밝힌바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鍾匠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에밀레종의 소리를 능가하는 종이 탄생될 수도 있다는 결론이다.

종의 생명은 소리에 있다. 좋은 소리를 울릴 수 없으면 이미 종으로서 가치는 끝난 것이다. 무게가 200여 톤이나 되는 러시아 모스크바의 크자로대종(1733년)은 에밀레종에 비하여 무려 10배 이상의 위용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종이다. 그러나 주조 직후 파손되어 조각난 체로 크레뮬린 궁전 앞 붉은 광장에 안치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종소리의 생명을 잃어버린 채 博物의 신세로 전략하고 만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巨鐘의 소리는 곧 하늘의 소리로 상징되었다. 즉 군주가 온 백성의 안녕과 부국강병을 기원하는 선정 소리였던 것이다. 古來로 지구상의 많은 통치자들이 대종을 주성하고 治道의 소리를 천하게 진동케 하였음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으리라.

종소리의 원천은 鐘體의 진동에 있다. 즉 종을 타격하며 종체의 진동으로 空氣가 진동하고, 다시 듣는 이의 고막에 전달되어 음향으로 감지되는 것이다. 따라서 종소리의 연구는 발음체인 彈性振動, 공기의 波動理論, 감각적 분야인 음향학의 지식 등이 복합적으로 요구된다.

종소리의 근원은 鐘身의 탄성변형에 따른 진동으로써 반경방향, 원주방향, 길이방향 등 3개의 진동이 발생한다. 그 중에서 가장 큰 진폭은 반경반향이며, 가장 작은 것은 길이방향에서 발생한다. 또한 종체의 위치에 따른 진폭은 하부, 중부, 상부의 순으로 감소된다. 그러므로 타격의 위치가 鐘口로 내려올수록 종소리가 커지고 상부로 올라 갈수록 작아지는 것이다.
종의 진동음은 종의 크기와 구조, 금속재질, 打棒의 재질에 따라 민감하게 달라진다. 따라서 종소리는 종을 구성하는 많은 부분에서 파생되는 음으로부터 영향된 복합음으로서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다.

①제1구간음 : 타격 직후 1초 이내에 소멸되는 소리로서 <타음>이라고도 한다. 타격 순간음은 많은 부분의 강약음이 혼합되어 잡음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기본 진동수가 낮을수록 잡음은 증가될 수 있다.

②제2구간음 : 타격 후 10초 전후까지 계속되는 고음 구간으로 먼 곳까지 전달되므로 <遠音>이라고도 한다.

③제3구간음 : 타격 후 1분 이상 지속되면서 점차 減衰하는 소리로서, <여음>이라 고 한다. 여음은 기본음에 관계되는데 은은하고 길수록 좋은 것이다. 여음은 보통 청각으로 1분 30초 이상 들리면 비교적 괜찮은 편이나, 2분 이상으로 길어야 훌륭한 종소리로 평가받을 수 있다.

④맥노리 음 : 동양 종과 같이 외부에서 타격하는 종들의 진동 모우드에는 항상 주파수가 조금 다른 고저의 양 주파수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들 고저의 주파수 차이가 곧 맥노리(울림)를 파생시킨다. 맥노리는 한번 울릴 때 마다 청각으로 쉽게 감지될 수 있는 5초 이내가 가장 이상적이다. 또한 커졌다 사라지는 울림이 뚜렷해야 좋은 맥노리라 할 수 있다. 서양 종과 같이 鐘身의 두께가 평면상으로 완전한 대칭을 이루면 고저의 주파수가 파생되지 않는다. 즉 여음에 맥노리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外打鍾들은 실제 제작시 내외주 형틀이 조립되는 과정에서 약간의 오차가 발생하여 두께가 균일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그러한 불균형의 원인에서 맥노리가 발생되는 것이다. 아울러 재질(합금)의 불균형도 고저 주파수를 형성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복합적인 원인들이 고저 주파수를 파생시켜 맥노리를 형성한다.

한편 음향학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경희대 진용욱 교수는 최근 성덕대왕 신종의 종합 조사 보고서에서 실험을 통하여 유두와 종소리의 상관관계를 밝혔다. 원래 중국종에는 유두가 없으나, 한국종과 일본종에는 네 곳의 유곽에 유두가 조형되었다. 일본종의 유두는 보통 100개가 넘는 것이 보통이며 거의 대부분이 봉우리 형태로 돌출된 형식이다.
그러나 한국종의 유두는 한 유곽내에 9개씩 모두 36개가 장식되며 돌출의 높낮이에 따라 平乳와 돌출형으로 구분된다. 상원사종(725년)은 봉우리형으로 돌출 되었으나, 에밀레종은 평유 형식이다. 그런데 상원사종과 같이 돌출형 유두의 종은 타격시 단일한 주파수를 파생하여 복음조를 나타내는 현상이 실험 결과를 통하여 확인되었다. 즉 제1구간음과 제2구간음에 복잡한 잡음이 파생되는 것이다. 따라서 유두가 높게 돌출되면 될수록 처음 타격음이 맑아짐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밖에도 훌륭한 종소리의 원인으로는 정확한 합금재료의 사용과 종의 두께분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주종 재료는 구리(약 85%)와 주석(약 15%)의 정확한 합금 비율이 사용된다. 그러나 최근 첨단 주종 공법을 사용할 때 원활한 주조를 위하여 합금에 소량의 실리콘(Si)을 첨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이것은 주물 조직이 한결 단단해져서 고음과 탁음이 발생하고 여음을 짧게 할 수도 있다.

홍종사가 1999년도에 주성한 「김천시민대종」은 5000관의 대종이다. 규모는 에밀레종과 엇비슷한 크기이나 유두가 크게 돌출된 형태이어서 더욱 장중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홍종사에서는 대종을 주성할 때 청아한 종소리를 얻기 위하여 돌출형 유두를 조형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다. 돌출형 유두는 주형틀 조형작업도 힘들거니와 주물시에 실패의 확률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여타 주종회사에서는 좀처럼 이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홍종사는 1995년도 독립기념과 광복 50주년 기념「통일의 종」을 시작으로 최근 「음성군민대종」까지 돌출형 유두를 성공적으로 조형해 내고 있다. 김천시민대종은 우리 나라에서 지금까지 조성된 5000관 이상의 대종들 가운데 돌출형 유두를 조형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이러한 돌출형 유두 덕택으로 5000관 규모가 그 이상으로 더욱 크고 웅장한 위용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김천시민대종의 음향을 측정한 결과 고유 진동수는 지차 57.47Hz, 고차 57.59Hz로 나 타났다. 그 차이로 0.12Hz가 발생하여 맥노리 주기가 약 8초를 형성한다. 다소 긴 맥노리라 할 수 있으나 끊어졌다 다시 살아나는 울림이 아주 뚜렷한 특성을 보이고 있다.
또한 기본 주파수가 60Hz 이하로 내려온 것 역시 에밀레종을 포함, 근자에 주성된 모든 대종들을 망라하여 이 종이 처음이다. 주파수가 낮다는 것은 종소리가 그 만큼 장중하다는 결론이다. 그런데 낮은 주파수는 타격 직후에 파생되는 제1구간음에 잡음이 증가될 수 있다. 그러나 김천시민대종은 타격 직후부터 잡음이 없는 맑은 소리를 들려주며, 여음도 상당히 긴 것으로 나타났다. 천지를 진동시키는 듯한 묵직한 원음이 잔잔한 여음으로 길게 이어져 점차 減衰되는 특성을 보인다. 김천시민대종 소리를 확 트인 장소에서는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낮은 고유 진동수의 특성은 그만큼 멀리 퍼질 수 있으며, 장중한 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청각으로 들을 수 있는 김천시민대종의 여음은 2분 이상으로 측정되었다. 상당히 긴 여음이다. 지금까지 조성된 종 가운데 가장 긴 여음을 들 려주는 신종이 탄생된 것이다. 김천시민대종의 종소리를 에밀레종 소리를 능가하는 신비의 소리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2000년 7월에 주성을 완료한 「음성군민대종」은 2000관 규모이다. 보통 5000관 이상 대종 주성이 유행되는 요즘, 2000관이면 작다고 할 수도 있으나 전체 크기가 2.6m 이상에 이르는 대형종인 것이다. 그런데 이 종 역시 돌출형 유두를 조형한 덕택으로 더욱 육중함을 자아내고 있다.
측정을 통하여 나타난 음성군민대종의 음향 역시 맑고 긴 여음의 특성을 보인다. 타격 직후에 파생되는 제1구간음에 전혀 잡음이 없고 맑은 특성을 나타낸다. 또한 맥노리가 6초 정도이며, 완전히 사라졌다 되살아나는 울림이 뚜렷하여 매우 효과적이다. 특히 청각으로 확인되는 여음이 2분 30초로 아주 긴 여음을 토해내고 있다. 음성군민대종의 종소리는 마치 5000관 이상의 대종소리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훌륭한 소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995년도에 광복 50주년을 기념하여 홍종사에서 주성한 독립기념과 「통일의 종」도 돌출형 유두로 조형된 사례이다. 종의 전체 규모는 2600관이지만 돌출형 유도로 인하여 매우 장중함 인상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 종 역시 타격 직후의 소리가 매우 청아하고 맑은 소리를 파생한다. 또한 맥노리가 8초 정도로 약간 긴 특성이 있으나 끊어짐이 분명하 여 청각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여음 역시 2분 이상으로 아주 긴 종소리의 특성을 나 타낸다.

이상을 종합하면 홍종사 주성 종들의 탁월한 소리는 봉우리형으로 완전히 돌출되는 유두조형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것은 우수한 종소리를 염원하는 투철한 장인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이미 기술한 바와 같다. 에밀레종을 포함하여 지금까지 제작된 기종들 모두가 주조에 용이한 평유형식을 따르고 있다. 가장 오래된 성원사종(A.D. 725)과 같이 500관 미만의 종은 돌출 유두의 조형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에밀레종과 같은 대종은 돌출유두의 주조가 대단히 어려운 것이다. 주조 시에 발생되는 가스압의 원인으로 36개의 돌출유두 중 단 한 개라도 주물이 차지 않으면 그 종 전체가 실패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유로 인하여 여타 주종사에서 주성된 대종들은 모두 平乳형식으로 조형하였다. 그러나 홍종사는 훌륭한 종소리와 조형미를 위하여 주형 작업의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고 돌출형 유두를 장엄하는데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김천시민대종은 맑은 소리의 원천으로서 돌출유두를 장엄한 5000관 이상 한국 최초의 거종이라는 점에서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사려된다.